개취 2013. 2. 15. 17:24

'남자사용설명서'의 '영화상영설명서'[오정세,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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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사용설명서 | 로맨틱코미디 | 2013.02.14 개봉

감독 이원석 출연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김정태, 이원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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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극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진동하는 팝콘냄새도 숨막히고, 여기저기 휴대폰 불빛, 부시럭 거리는 소리, 간혹 휴대폰 진동소리 등 신경쓰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남의 행동이 신경쓰이는 만큼 나도 조심해야 하기에 더욱 불편해진다. 그래서 간혹 극장을 찾더라도 혼자, 평일 심야 시간을 이용하곤 한다.

이 정도를 기본으로 깔아놓고 영화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아, 한가지 더!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내 심리상태를 전달해야겠다. 그 전날 한시간쯤 잤으려나? 그로인해 두통과 짜증이 최고조에 달한 당일! 몇일 전 잡아놓은 영화보자는 약속.. 최근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미안함에 잡은 약속이었기에 스스로에게 억지를 써가며 영화관을 갔다. 예매도 친구가 다 알아서 해놓은 상태였고 친구에게서 영화제목을 주워들은 나는 재밌을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영화에 누가 나오는지도, 어떤 내용인지도 궁금하지 않았고 한마디로 관심이 없었다.

 

영화가 시작한다.

대부분이 여성관객들이고 연인들도 몇몇 눈에 들어온다. 발렌타인데이라는 이벤트데이인 만큼 보통때보다는 사람이 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개봉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다른 방(?)으로 손님이 몰려서 인지 관객은 많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이시영은 알겠는데 저 남자는 누구지? 오정세?.. 초반 20분쯤 경과 후에 저 남자가 주인공이구나 라고 알아차릴 정도로 오정세의 매력은 보이질 않았다. 

 

서로 머리를 뜯어가며 싸움판 벌이는 아줌마들 사이에 끼어 피라도 본양 빗질도 하지 않은것처럼 보이는 머리스타일을 하고 나올때도 있었다. 하지만 저 남자의 매력에 빠지기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나만 느낀건 아닌 모양이다.

 

 

남자사용설명서?? 뻔한 로맨틱코미디겠구나, 라는 뻔뻔한 생각만..

뻔할거란 나의 그 생각들, 저렇게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주인공인가? 뻔한 로멘틱코미디...

영화는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해주었다. 

한 여자가 성공을 하는데 다들 뻔한 시선으로 어떤 남자에게 붙어서 어떻게 성공했다 라는 소문들.. 우리 사회 시선들이다. 21세기를 맞이한게 언젠데 그 잘못된 인식들은 버려지거나 수정되지 못한 채 아직도 꿋꿋하게 사람들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기만 한데. 교통사고만 봐도 그렇다. 김여사가 운전대를 잡고 사고치는 동영상을 못 본 네티즌들이 얼마나 될까? 그 영상들을 찾아보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차량, 그 운전자의 성별은 보이지도 않는데 제목은 김여사로 달려있는 블랙박스 영상만도 몇천건에 달한다. 실제로 교통사고의 90%는 남성운전자이고 비율로 따져봤을때도 남성운전자가 여성운전자보다 3.3배 더 사고를 내고 다닌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도 이처럼 낡은인식에서 벗어났다고는 단언할 수 없기에 그리 당당한 입장이 아니란 걸 밝히는 바이다.

 

but, 뻔한 스토리였던 건 인정한다. 대략의 굵직한 스토리만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뻔하다. 그런데 감독도 이렇게 뻔하디 뻔한 영화를 그냥 생각없이 만들었을까? 그 뻔하디 뻔한 과정들, 그 속에 깨알같은 스토리에 핵폭탄같은 웃음요소들이 숨어있다. 이시영은 여배우임에도 망가짐에 거리낌없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거기에 이 남자.. 극중 탑배우로 나오는 이남자를 보니 현실속에서 탑배우들도 우리와 그리 틀린삶을 살 것 같진 않다.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팬에게 사시눈으로 바보흉내를 내며 쫒아보내기도 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혹시 다른이와 잔건 아니냐며 따져묻다 무시하고 들어가버린 여자의 집앞에서 "잤지? 잤지? 잤어.. 잤어.."하는 부분에서는 진짜 극장이 떠나갈듯 웃어들 주셨다. 

태어나서 이렇게 웃으며 본 영화가 있나 싶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난 남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쓰는 타입이다. 상영관에 들어가면 숨소리까지도 옆사람에게 거슬리지 않을까? 란 오바는 기본장착되어 출생하신 몸이란 말이다. 잘나가던 개그콘서트를 보러가서도 이렇게 웃었나 싶었다. 대략 20-30명정도의 인원이 영화를 함께 본 것 같은데 다들 자지러지는 듯한 웃음소리에 나도 끙끙거리며 얼마를 웃었나 모르겠다. 모든 이들이 함께 울고 웃고 하는것도 극장에서 영화보는 묘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여태 내가 본 영화중 이렇게 웃으면 본 영화는 없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결말이 좀 개운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포스팅을 하다가 빨리 마무리 하기 위해 대충 검토하고 저장 눌러버리는 내 단점과 좀 닮아있는 느낌이랄까? 각성하고, 나부터 반성하자!!]

 

영화 상영 설명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로 함부러 뻔함을 상상하지 말라.

기대하지 말아라, 단언하지 말아라.

꼴랑 팔구천원, 많게는 만원까지 내고 영화보면서 그 영화가 재미있든 재미없든 돈아깝다 논하지 말아라.

그 영화 만드는데 들어간 인건비와 노력은 인당 팔구천원으로 평할 가치 자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