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2016. 5. 12. 16:09

한강 -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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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는 포털사이트 메인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 한강의 기사가 보였어요. 영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단행본 소설들을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날 부문 최종 후보 6인에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이름을 올린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선보였고, 영국에서는 2015년 1월에 데버러 스미스라는 영국인에 의해 번역본이 출간된 후 현지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하네요. 내일 새벽에 수장자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래보며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후보에 올랐다는 자체로도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작가 한강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니 미리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왜 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은 같이 찾아오는지.. 이 감개무량한 기사의 아래에 있던 막막한 다른 기사,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보훈처의 판단이 저만 납득하기 어려운건가요?

 

[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정부 주관 기념식에서 제창돼오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2009년부터는 공식 식순에서 제외돼 합창단의 합창 형태로만 불리고 있고, 참석자가 함께 부르는 제창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 참석자가 다 함께 부르는 ‘제창’을 재허용하는 것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제창 재허용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5.2%로, ‘제창 재허용에 반대한다’는 의견 (26.2%)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임을 위한 행진곡'과 '작가 한강'은 저를 눈물나게 합니다. 

 

1년여 전,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보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결국엔 주차해둔 차안에 들어가서 통곡하며 읽었던 책입니다. 배우가 될 걸 그랬네요.  그 감정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눈물을 쏟을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손이 떨리고 심장이 아려옵니다. 이깟 정도로 감히 그들에 공감한다 말하지 않아요. 80년 5월 광주에서는 상상으로도 해선 안될 일들이 실제 벌어졌고 그들의 고통과 분노는 어떤식으로의 공감으로도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광주 민주화 운동 사진을 보면서 관위에 태극기가 덮혀져 있는 사진을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어요. 당시 군인들에 의해 국가가 통치되었고 그 군인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 관 위에 왜 태극기를 덮어두었을까요?

 

 

[ 80년 5월 광주 상무대 실제 사진 ]

 

 

 

[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화려한 휴가'의 한장면 ]

 

 

 

 

'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한강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中

 

 

 

 

 

소설이어야만 했던 광주의 이야기

 

'소년이 온다'는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위해 싸워 마땅한 그들이 정작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앗아간 19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읽길 바래봅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이들이 읽고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예요. 이 무서운 이야기를 풀어놓은 작가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분명 그녀도 쉽지 않았을테니까요. 누구에게라도 쉽지 않았을거예요. 한문장 한단어 넘어갈때마다 여지껏 무지뒤에 숨어서 멀찌감치 방관하고 있던 스스로에게 무너져 한없이 추락해버립니다.

 

80년 5월 광주의 이야기는 여러번 배우고 많이 듣긴 했지만 그때뿐이었어요. 반성해야지요. 끝난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언제 그 광주를 경험할지 모르니까요. 지금도 80년 5월의 광주처럼 억울함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조국, 국가로 부터 외면받고 버림받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난 후 제가 조금 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 시대에 묻히고 그 시대를 버티며 살아온 그들처럼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들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더 많은 것들이 변할거라고, 분명 헛되지 않았다고...